나상현 성추행 논란 폭로

정말 이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제부터 계속 마음이 뒤숭숭해서 결국 이렇게 적어본다. 나는 평소에 인디 음악을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나상현 씨 밴드'는 나에게 꽤 의미 있는 팀이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 때문도 있었지만, 그들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어떤 진심이나 위로 같은 것들이 참 좋았다. '각자의 밤', '찬란', '축제' 같은 곡은 힘들 때마다 나를 위로해 준 노래였다. 그런데 그런 밴드의 프런트맨, 나상현이 성추행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폭로의 시작은 SNS였다

 

 

처음 이 사건을 접한 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였다. 어떤 작성자가 올린 글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나상현은 술자리에서 여성의 허벅지를 만졌고, 상대가 만취한 것 같으면 그대로 손을 뒀다. 만약 여성이 불쾌함을 드러내면 ‘실수였다’고 둘러댔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글에는 직접적인 증거나 사진 같은 게 없었다. 증명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알지만, 정황이 너무 구체적이었고 묘하게 진짜 같았다. 솔직히, 믿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혹시...’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나상현의 사과문, 사실상 인정이었다

 

 

5월 23일, 나상현은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처음엔 '사과문'이란 단어를 보고, 부인하거나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일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 외로 그는 글을 통해 사실상 의혹을 인정했다.

 

 

“저의 과거 행동으로 인해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겪으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음주 후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작성자 분께 상처를 드렸다는 점에서 반성하고 있다.”
“늦게나마 사과드리며, 개인적으로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3~4년 전 음주 상태에서의 언행을 지적받은 이후 반성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문장도 있었다. 나는 그 글을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결국, ‘이건 부정이 아니라 인정이구나’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빠른 사과였지만, 팬들의 실망은 컸다

 

 

나상현은 문제 제기 후 꽤 빠르게 사과문을 올렸다. 이런 이슈가 터졌을 때 아무 말 없이 버티는 연예인들에 비하면 분명 빠른 대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내가 가장 속상했던 건, 그가 부른 노래들이 이제는 예전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거다. “이제 노래 어떻게 듣냐”는 팬들의 댓글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동안 위로받았던 가사들이, 이젠 모순처럼 느껴진다. ‘각자의 밤’에서 말하던 외로움, ‘찬란’에서 외치던 청춘의 빛... 그런 것들이 진심이었을까. 그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던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후폭풍, 공연은 줄줄이 취소

 

 

폭로와 사과 이후 후폭풍은 빠르게 현실이 됐다. 서울재즈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 서울파크뮤직페스티벌 등, 올해 가장 기대했던 공연들에서 나상현 씨 밴드의 이름이 줄줄이 빠졌다. 심지어 일부 대학 축제도 공연을 취소했다.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사실상 밴드 활동 중단 상태로 보인다. 나상현 씨 밴드는 서울대 출신 멤버로 구성된 독특한 팀이었다.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단단히 성장해 왔다. ‘찐팬’이 많은 팀이었기에 이번 논란이 주는 타격은 훨씬 크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사실상 나상현의 복귀는 당분간 불가능해 보인다. 지금은 자숙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가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책임지고 감당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팬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활동 중단'이 아니라, 행동에 대한 진정성 있는 성찰과 실천이다.

 

 

사과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줬던 사람이었던 만큼, 그 배신감도, 상처도 그만큼 깊다.

 

 

마무리하며

 

 

이번 일로 인해 내 안의 어떤 이상이 무너진 느낌이다. ‘음악과 사람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이번에 실감했다. 음악은 결국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그 사람의 인격과 태도가 가사에 스며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번 일은 단순한 논란 이상의 충격이었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이 사건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실망했고, 또 진심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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